열다섯의 채이는 빗속에서 회청색 눈동자의 남자를 만난다.
한 여인의 키스를 받는 남자와, 그를 바라보는 자신.
채이는 그날 지독한 열병을 앓는다.
그리고 7년 후,
AN 그룹 선우 가의 여인 선우채이는
천왕성 그룹의 총수 독고시율과
비즈니스적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에 정략결혼을 진행한다,
시율이 비오는 날 본, 회청색 눈동자의 남자인 줄 모르고.
<본문>
“난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못 자거든요.”
그녀는 공격적으로 대답했다.
“이젠 그 습관을 고쳐야겠군.”
“그게 무슨 말이죠?”
“결혼한 부부들은 한침대를 쓰니까.”
초조해하는 그녀를 즐기듯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우린……. 당신과 난 정상적인 결혼을 한 게 아니잖아요……?”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면?”
“이를테면 천왕성 그룹과 AN 그룹의 비즈니스적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죠.”
채이는 마치 자신이 냉정하고 능력 있는 사업가라도 되는 양 지껄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 결혼의 목적이자 전부라고 믿었기에 그녀는 이 정략결혼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씩씩거리는 그녀를 보며 그가 이죽거렸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에 채이는 얼어붙고 말았다.
“분명히 말하겠는데 채이와 난 남들이 하는 그런 결혼식을 올린 거야. 다시 말해, 정식 부부라는 소리지.”
순간 그녀의 기억이 다시 그 비 내리던 날로 달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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