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귀한 도깨비 마을에 30년 만에 여아가 나니 그 이름 희요라.
구미호 여랑의 손에서 사람 사내를 구해 내고 보니 보기 드문 헌헌장부로다, 희요는 그 사내 시헌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의 과거 길을 뒤따르게 된다.
가는 곳마다 사고만 치는 희요, 그 뒤치다꺼리에 허리가 휘는 시헌 사이엔 어느새 미운정보다 질긴 사랑이 싹트는데...
“김 서방, 김 서방. 내가 미워? 응? 내가 그렇게 미워?”
“아니오. 왜 그런 말을 하시오. 그대는 사…….”
‘사랑스럽소.’ 라는 말이 나오려다 불현듯 시헌의 입술 끝에 걸리며 멈춰 버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런 말이 튀어나오려 한 것일까.
“김 서방……. 나 미워하지 마. 김 서방이 나를 미워하면 나는 이제 못 살아. 응?”
희요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시헌을 바라보자, 꽃사슴같이 둥그런 눈이 촉촉이 젖어 반짝이는 것을 본 시헌의 마음이 이상하게도 갑자기 찌르르 떨렸다.
밉고 싫기는커녕 조그만 봄 새순같이 따뜻하고 연약한 무언가가 제 마음에 굴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내 가슴이 왜 이러는고. 왜 이리 떨리면서도 뜨거운고. 이 아이 보는 내 눈이 자꾸만 애틋해지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