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빚밖에 남지 않아 조폭에게 팔려 갈 위기에 처한 서이련은 하연호에게 계약 결혼 제안을 받는다. 두 달 안에 결혼해야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빚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결혼 생활을 10년 동안 유지하고, 2년 이내에 아이 한 명을 출산하라고 제시한다. 두 사람은 마음 없는 부부관계를 유지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상황을 외면치 못하는데…….
<본문>
“자신 있어?”
그는 계약서를 챙겨 넣기 전, 급하게 엉망이 된 세간을 가리는 그녀에게 물었다. 엉망이 된 물건을 발로 한쪽에 몰아넣던 그녀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리고는 돌아서더니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러는 연호 씨는 자신 있어요?”
어느새 그녀는 연호 씨라고 불렀다.
“뭐가.”
“저랑 10년 함께 살 자신이요.”
“그게 왜.”
“저는 마음 정했어요. 조폭한테 잡혀 가서 험한 꼴 당하는 것보단 편안한 집에서 몸 편히 지내는 게 더 낫겠다고요. 은행나무 요정이 제 소원을 이루어 준 거라고 여기기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연호 씨가 상상하는 이미지의 여자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귀찮지 않고 적당히 사료랑 물주면 자라는 고양이가 아니라, 저 생각보다 손 많이 가는 강아지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녀의 물음에 연호의 입술이 길게 늘어났다. 눈이 선하게 접히며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난 귀찮은 건 안 받아 줘.”
“…….”
“집에 혼자 둘 수도 있어. 필요할 때만 찾아가는 거지.”
그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집에 갇혀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불안함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표정을 고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오긴 올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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