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는 시골촌부에서 빼어난 눈썰미 하나로 왕가의 외친까지 된 조종재.
이제는 대비가 된 딸, 조여흔이 낳은 쌍둥이 송원과 송현은 조종재가 누리는 권력의 근간이다.
조종재는 큰 손주 송원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수렴청정이라는 구실로 권력을 남용한다.
하지만 국경정비에 나섰던 작은 손주 송현이 돌아오면서 평화롭기만 하던 그의 일상은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우리 형님은 아픈 게 좋으신 건가?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기름을 넣어줬지? 기름 없으면 빡빡하고 아프다고 매번 울었잖아, 형님이.”
나는 빡빡한 게 더 좋아. 형.
송현이 눈앞에서 움찔거리는 하얀 목에 입술을 대었다. 천천히 문지르는가 싶더니 곧 강하게 빨아당긴다. 잠시 뒤 드러난 피부에는 빨갛게 울혈이 져 있었다.
조종재가 굳어진 혀로 분통을 터트렸다. 내내 송원에게만 못박혀 있던 송현의 눈이 그제서야 조종재의 존재를 눈치챈 것처럼 곱게 꼬리를 휘었다.
“형님, 조부님이 보고 계셔.”
- 〈독(毒)〉 본문 중
※ 본 소설은 2019년 1월 개인지로 발간된 앤솔로지 〈불휘기픈남근〉에 수록된 ‘독(毒)’의 개정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