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500년, 가람국의 황제인 강 이원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스무 명 이상의 형제 중 가장 똑똑했으며, 현명했고 때문에 그들은 형제들과 혈육들을 몰살해 피 묻은 왕자에 앉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유능한 탓에 삶이 무료해지는 순간, 그는 다리에 상처를 입은 가여운 새끼 여우를 발견했다. 꽃처럼 아름답다 소문난 이들이 달라붙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이원은 한순간에 여우를 향한 소유욕을 갖게 된다. 외모도 출중했던 이원은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여우에게 자신의 궁으로 가자고 꼬드긴다.

이원은 도담이의 다리가 아프지 않게 안은 뒤, 고기를 파는 곳으로 갔다.
“어이구, 귀하신 분이 여긴 어인 일로 오셨대?”
“내가 키우는 여우에게 주려고 한다네. 맛있는 부위로 주게나.”
“거, 댁도 조심하쇼. 여우한테 홀리면 답도 없다고.”
그 말에 도담이의 몸이 움찔 튀었다. 주인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내 옆집에 사는 윤씨댁도 홀라당 털렸대. 하여간, 그놈의 여우는 왜 보살피는 건가? 키워봤자 은혜도 모르는데.”
제 명이 짧은지 죽음을 재촉하는 그를 바라보며 이원은 던지듯 돈을 주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근처에 있을 금군에게 말했다.

“당장 조져. 머리를 잘라오면 더 좋겠군.”

귀엽고 귀여운 황제 이원과 여우 도담의 달달 스토리. 사랑이란 감정이 풋풋하고 서툰 듯하지만, 소유욕과 집착에 불타 서로만을 그렸던 그들의 이야기.
- 〈도담도담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