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대충 살자. 아기 돼지 삼 형제 첫째 돼지처럼. 그것이 오랜 가치관이자 삶의 목표였다.
경쟁하듯 더 높고 튼튼한 집을 짓는, 다른 돼지들 사이에 대충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사는 삶.
그러나 사건이 우박처럼 쏟아지면서 지푸라기 집은 위기를 맞았다.
“살해? 그 말은 즉… 내가 백스물한… 명을…….” “네가 백스물한 명의 사람을 죽였다는 뜻이다.”
로봇을 방불케 하는 공감 능력과 공기청정기 수준의 언어 이해력을 가진 남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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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웃고 있어.” “기쁘면 웃는다. 그것이 이상한가?” “…그야…….” “타인의 기쁨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성격 파탄자의 특성이라고 책에 쓰여 있었다. 확신했다. 네가 그 사례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 같군.” “…….” “정곡이었던 것 같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널 북 카페 같은 데 데려가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
무기는 타격 하나 받지 않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점멸하기 시작하는 녹색 신호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횡단보도에 발을 내려놓았다. 노랗고 하얀 불빛이 깜박이는 도시의 거리를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