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무리에 끼지 않고 얌전히 졸업하는 것이 목적인 세하의 눈에만 교내의 인기스타 천이랑이 덩치 큰 늑대로 보인다. 절대 저 기상천외한 천이랑과 엮이지 말아야지 생각할수록 이상하게도 그와 엮이게 되는데…….
“이런. 괜찮으세요? 문 너머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머리 위에 뾰족하게 위로 솟은 귀. 얼굴과 몸을 덮은 잿빛의 털. 날렵하게 치켜 올라가 번득이는 금빛의 눈동자. 그리고 그의 뒤에서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건 바로 꼬리였다. 어떻게 보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부정할 바 없이 그의 앞에 있는 존재는 늑대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두 발로 서서 옷까지 가지런히 갖춰 입고는, 태평하게 괜찮으냐고 내게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