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인 성우는 부상 때문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퇴원 수속을 기다리던 성우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으려다가 짚고 있는 목발 때문에 동전을 쏟아버리는 실수를 하고 마는데…….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 윤성을 향한 성우의 외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기 동전이요.”
성우는 그저 얼얼한 마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흔들거렸다.
뭐지, 이거 뭐지?
“……동전, 다 주운 거 같은데요.”
감사합니다, 그 다섯 글자를 중얼거리는 사이. 겨우 한순간. 그 순간에 마음에 내리꽂히는 듯하던 감각이 마냥 낯설지 않은 이유가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언젠가 분명 경험해보았던 감정. 여름이었을까, 석양이 기울던 무렵이 아른거렸다. 분명 무더웠을 어느 날, 손바닥에 닿은 공이 네트를 가로질러 코트에 꽂히기까지의 짧은 순간.
“민윤성이라고 해요.”
공이 코트에 꽂혔던 그때처럼, 한순간에. 좋아하는 순간이란 건 왜 그렇게 어떠한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찾아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