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위조 그림을 만드는 카운터피터가 된 아진.
어느 날 위험에 빠진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 레이.
그는 아진에게 개인적인 의뢰를 하고, 의뢰를 수락한 그녀는 홍콩의 어느 외딴 섬에 있는 저택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아진의 등이었다.
“가끔.”
입을 연 남자가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아진의 등에 가져다 대었다.
“당신이 캔버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등에 톡 닿은 손가락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굳어진 등줄기 위로 붓질을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그럼 당신 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텐데.”
“지금은… 아닌가요?”
아진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것처럼 레이가 눈매를 가늘게 접었다.
“아직 아닙니다.”
단호하게 부정한 그가 손가락으로 목덜미를 꾹 눌렀다.
“여기서부터.”
손가락이 쭈욱 미끄러져서 엉덩이 골에 닿을 때까지 내려왔다.
“여기를.”
그 주변을 문지르며 레이가 지독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처럼 낮게 속삭였다.
“전부 내 정액으로 가득 칠할 때까지.”
그때까지는 만족할 수 없다고 맹세하는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한 동시에 음험했다. 유일한 진리에 목마른 신자가, 혹은 배고픈 맹수가 제 앞에서 눈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자소개

교묘히

목차

겹칠
겹칠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