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남작의 하녀로 살다 그의 눈에 띄어 성노가 되었다.

“여기에 물이 잘 차게 해야 돼. 그게 앞으로 네가 할 일이야.”

남작의 눈요기를 위해 벌거벗고 다녀야하고 그가 원하면 다른 종들의 눈앞에서도 범해져야 한다.
한때는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던 동료들의 혐오감 어린 시선,
성노가 된 순간부터 나는 인간 이하가 되었다.

돈도 신분도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남작의 죽음까지도 바라본 적 없다.
단 하나의 소원은 그저 성노리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유’.

“괜찮을 겁니다. 너무 걱정 말아요.”

그런 나에게 다정한 위로는 사랑으로 가는 입구가 아니라 남작의 성을 탈출할 수 있는 출구로 느껴졌다.
이름이 디싱이라고 했던가.

이 성을 떠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왜 당신과 가까워질 수록 내 자유보다 당신의 안전을 바라게 되는 걸까.

“사랑해요. 이오나.”
나도…… 사랑해요, 디싱.